아버지를 잃고 만삭의 어머니와 함께 군인인 새아버지 비달 대위의 저택으로 이사하게 된 소녀 오필리아. 그러나 차갑고 엄격한 새아버지와 낯선 환경은 오필리아에겐 불편하기만 하다. 어느 날 오필리아에게 요정이 찾아오고, 오필리아는 요정을 따라 미로 속에서 기괴하게 생긴 ‘판’이라는 존재를 만난다. 판은 오필리아가 본래 지하왕국의 공주였으며,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해 열쇠를 찾아내야만 다시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는 두 가지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스페인 정부군과 반란군이 대립하고 있는 잔인한 현실, 반대로 그런 현실에서 엄마의 죽음과 계부의 무자비함을 피하고자 도피처로 삼고 있는 오필리아의 환상. 물론 그녀가 정말 지하세계 공주인지 아닌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재밌다. 맞다. 오필리아가 그저 망상에 사로잡힌 아이라면 너무 슬픈 이야기일 거라 나로서도 기분 좋지 않다. 감독이 노린 것은 이런 게 아닐까. 그녀가 이복동생을 대신해 죽었던 건 결국 지하세계 왕국으로 가는 마지막 열쇠였던 셈이다. 이것으로 그녀는 양친을 만나게 되고 자하세계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끝맺음. 그러니까 환상은 그녀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보상 정도로 보인다. 정말 돌이켜 볼수록 매력적인 그리고 환상적이며 애잔함까지 갖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도 가정부 메르세데스의 자장가 선율이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있다. 감히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동화책에 집착한 어린 소녀의 환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