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Posted at 2010/01/10 14:55 in review

세상에 종말이 왔다. 온통 잿빛 풍경이다. 식량은 바닥났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며 죽이거나 죽는다. 아버지(비고 모텐슨)와 어린 아들(코디 스밋-맥피)은 지금 필사적으로 남쪽을 향해 가고 있다. 그곳이 무엇을 약속하는 땅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가야 한다. 한순간도 쉽지 않다. 사람을 뜯어먹는 잔인한 무리를 만나는가 하면, 먹을 것이 풍부한 지하 대피소를 발견한다 해도 안전을 위해 곧 떠나야 한다. 아들을 지키는 단 한 사람, 아버지의 몸이 점점 쇠약해진다.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마도 원작과의 비교가 아닐까. 대부분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는 텍스트의 긴 호흡들을 정해진 러닝타임에 과도하게 담으려 하거나 아예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분명 손보면 상업적으로 유리했을 장면들에 대해서도 유혹을 이겨낸 모습이다. 책도 읽었지만 원작을 꽤 성실하게 옮겨 감독만의 느낌은 부족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마음에 든다.

절망으로 가득한 세상에 어디 있을지 모를 빛 한줄기를 찾아 떠나는 고행.
포인트로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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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0 19:36 modify/delete reply
    더 로드, 개봉 전부터 기대하긴 했는데, 되려 무거운 기분이 들까봐, 왠지 엄숙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봐야 하는데 자꾸 미적미적 거리고 있어요. 샤를리즈 테론이 나오니 더더욱 봐야 하는데~
    • 2010/01/23 00:15 modify/delete
      새해 들어 극장에서 본 첫 영화인데 전 오히려 무겁고 건조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이 영화를 보니 살면서 느꼈던 자잘한 것들이 보잘 것 없게 느껴지더라고요. 스트레스 받고 힘드시거나 여러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아, 샤를리즈 테론은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도 출연한 걸 보면 그녀도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나 봐요. ^^